너의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2012년 7월 26일 국내 개봉했으며, 2011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 영화는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들이 증오의 씨앗을 키우며 소시오패스나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성장하여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비치는 모성애와 갈등, 양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젊은 여성 감독 린 램지의 연출, 독보적인 지성과 매력을 가진 이 시대의 최고의 여배우 틸다 스윈튼과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제작,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 <어벤저스>의 촬영감독 셰이머스 맥가비 등 최고의 재능들이 모여 탄생한 이 완벽한 걸작에 대해 관객들은 온 세상을 뒤흔들 만한 영화, 도발적이고 과감하다, 죄책감과 상실감에 대한 통찰이 매 순간 당신의 두뇌와 심장을 강하게 만든다. 등의 평을 받으며 논쟁적인 주제를 사려 깊은 통찰과 완벽한 연출로 다뤄낸 보기 드문 걸작임을 인정받았다.
엄마가 낳은 작은 괴물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여행 소설가 에바 토마토 축제에 갔다가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아이를 갖게 된다. 원하던 임신이 아녔을까 그녀는 아이의 탄생이 전혀 기쁘지 않고, 아기를 돌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게 태어난 아들 케빈은 성장과정에서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에바 역시 자신의 자식인데도 케빈이 마음에 들지 않다. 영유아기 케빈을 보고 네가 태어나기 전이 더 좋았다고 말할 정도다. 케빈은 어린아이지만 당혹스러울 정도로 악의를 담아 에바를 계속 곤경에 빠뜨린다. 처음엔 에바도 단순 장난과 투정으로 받아들이고, 인내심을 갖고 어떻게든 케빈을 이해하거나 타일러보려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케빈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고, 인내심이 바닥난 에바는 케빈에게 점점 신경질 적으로 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케빈에게 로빈 후드 동화책을 읽어주고 그 계기로 가까워지지만 나중에 동화책의 내용처럼 케빈은 화살 쏘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화살을 살인무기로 사용하게 된다.
자신에게 아낌없이 애정과 관심을 주는 아버지 프랜클린과는 매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케빈 하지만 어머니 에바에겐 아버지에게 하는 태도와 다르게 대하고 그런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에바와 점점 관계가 나빠징다. 에바는 이런 상황을 프랭클린에게 말하지만, 케빈의 좋은 모습만 본 아버지는 이를 또래의 장난과 행동이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다 케빈에게 여동생 실리아가 생기고, 에바는 첫 자식인 케빈과는 달리 실리아에게 보다 많은 애정과 사랑을 쏟기 시작한다. 에바는 일종의 의무감으로 케빈과의 관계를 좀 더 회복해 보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케빈은 점점 더 비이상적이라고 느낄 만큼 행동이 심각해지고, 사춘기 특유의 반항심과 사이코패스 같은 케빈의 성격 탓에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이후 케빈은 여동생 실리아가 키우던 기니피그를 몰래 죽이거나, 실리아의 한쪽 눈을 멀게 하는 범행으로 발전하며, 에바의 생각에 프랭클린은 말도 안 된다며 케빈을 감싸고 부부 사이마저 악화된다.
결국 에바와 프랭클린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고, 에바는 급기야 이혼까지 말한다. 부부의 양육권 선택은 서로 이야기할 것도 없이 케빈은 아빠가, 실비아는 엄마인 에바가 데려가기로 얘기를 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케빈은 자신이 16세가 되면 부모가 이혼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버리고, 범행을 계획한다. 그것을 전혀 알리가 없는 에바는 케빈에게 16살 되는 생일 파티하자고 제안하지만, 케빈은 이에 거절한다. 에바가 회사에 있는 동안 학교에서 연락이 왔고, 케빈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되어 찾아갔지만, 체육관 문을 열고 나오는 범인은 다름 아닌 아들 케빈, 케빈은 학교 체육관 문을 자물쇠로 잠그고 학우들을 모두 화살로 쐈고, 경찰에 체포됐다. 힘 없이 집으로 돌아온 에바 프랭클린과 실리아를 찾지만, 이들도 정원에서 케빈이 쏜 화살에 맞고 쓰러져있었다. 에바는 모든 걸 다 잃고, 피 묻은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워 버린다. 며칠 뒤 재판이 벌어지고, 에바는 살인자의 어머니가 되어버린다. 각종 소송에 시달리느라 단칸방에 살면서 외부와 접촉도 하지 않고 죽은 듯이 지낸다. 이후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해서 중소 여행사의 경리로 취직하지만, 유족들에게 모욕적인 말과 함께 손가락질도 당하고, 카트에서 산 계란이 전부 깨져있고, 집에 페인트로 빨갛게 물들이는 테러를 당하는 등 고통스러운 생활이 끊이지 않는다.
그로부터 2년 후 에바는 18세가 가까워져 소년교도소에서 성인 교도소로 이감될 케빈을 만나기 위해 면회를 간다. 항상 그랬듯이 어색한 기운이 흐르는 면회소에서 에바는 케빈에게 처음으로 대체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묻는다. 불안한 눈빛의 케빈은 처음으로 에바에게 솔직하게 대답을 해준다. 면회시간이 끝나고, 에바는 아무 말 없이 케빈을 꼭 끌어안아준다. 면회실을 나와 복도를 걷는 에바. 교도소 출구로부터 환한 빛이 쏟아져 내리고, 에바는 천천히 출구로 걸어 나가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선택할 수 없는 부모 자녀의 관계
영화 속 케빈은 많은 사고를 치며 엄마의 반응을 주시하고, 엄마에게 관심받기를 바란다. 어린 시절부터 자식에 대한 사랑의 감정보다는 의무감으로 대하거나, 여동생을 편애하는 모습에 케빈은 결핍과 질투심을 엄마에게 부정적으로 대응한다. 마지막에 자신을 사랑하는 아버지와 동생을 죽이고 학생들까지 대량학살을 한 것으로 보아 이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끝내는 엄마를 독차지하려는 심리도 보인다. 결국 감옥에 가게 된 케빈이지만, 그래도 엄마인 에바는 케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처음이라 모든 것이 서툴었던 엄마, 유아기 때 엄마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케빈은 그 결핍으로 인해 성장 과정에서부터 계속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관심을 받기 위한 부정적인 행동이 스스로와 주변인에게 불행을 불어온 것을 느끼고 결국엔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운명적으로 주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타고난 기질과 성향을 바꿔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며 한편으론 가혹한 인연이기도 하다. 아이는 가정환경, 유전적인 이유, 후천적인 양육과정 등으로 인해 하나의 인격체로서 성장한다. 부모와 자녀는 선택할 수없이 운명적으로 만났지만,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과 생각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 아이의 부정적인 성장이 무조건 부모의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관계란 서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성장과정에 인격형성에 대한 부모의 책임과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인격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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